비그포르스 복지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비그포르스 복지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홍기빈.
스웨덴 사민주의의 설계자 비그포르스의 사상과 행적을 풀어나간 책이다. 비그포르스는 1930년대 대공황의 시기에 집권한 스웨덴 사회민주당의 재무장관으로 17년간 재직하면서 복지국가 모델의 기초를 다져낸 인물이다.
이 책은 스웨덴 복지국가의 구축 과정에서의 다양한 논쟁을 다루고, 마르크스와 그람시, 케인즈, 베블렌과 하이에크 등 다양한 사상가들이 어떻게 비그포르스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어떤 과정으로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이 구축되어 나갔는지를 잘 보여준다.
주목해야 할 것은 비그포르스가 이 사민주의적 복지모델을 만들던 1930년대 대공황의 시기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글로벌 대불황의 시대가 참 닮아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자율적 조정, 긴축, 규제완화와 복지축소를 외치는 우파 세력과 하염없이 체제 전복만을 외치고 있는 무능한 좌파의 구도. 저자는 이를 맥도널드, 스노우든 영국 내각과 독일의 사회민주당 등을 예를들어 잘 설명하고 있다.
비그포르스는 잠정적 유토피아를 내세운다. 큰 그림 없는 현실 변화의 파편성과 현실 가능성 없는 큰 그림을 둘다 비판한다. 즉, 마르크스주의 등의 공상적 유토피아를 비판하고, 현실적 개혁에만 매몰되어 유토피아를 잊은 무능함 또한 경계한다. 그리고 현실에 뿌리내리고 현실을 개혁해 나가는 방향속에 미래비전으로서 '잠정적 유토피아'를 내세운다.
케인즈경제학과 스톡홀름 학파 등은 대공황시기를 돌파하는데 있어 수요와 소비를 중시여기고 국가개입을 통한 유효수요 창출을 주장했다. 그러나 여기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를 비판하며 공급과 생산을 중시하는 공급중심 경제학이 바로 밀턴 프리드먼 등이 주장한 신자유주의 경제학이다.
그러나 비그포르스 등 스웨덴 사민당 정책설계자들은 생산 및 공급 측면에서 이들의 한계를 넘기 위해 제시한 정책이 바로 '적극적 노동시장'과 '연대 임금' 그리고 '선별적 산업정책'이다. 이 정책들을 통해 보편적 복지국가로서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 노동자들에겐 고용과 생계를 안정시키고, 자본가 계급과의 협조를 통해 산업고도화 및 생산성 향상을 이루어 낸 것이다. 또한 케인즈에만 의존한 다른 국가들이 1970년대 인플레이션의 위기속에 쇠퇴한 반면, 독창적인 노동정책과 산업정책, 복지 정책을 채택한 이들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이 여전히 성공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사민주의는 자유주의와 공산주의의 중간 어디쯤에 있는 잡종이 아니다. 스웨덴 모델을 독창적으로 발전시켜 나간 이들의 생각과 가치관에는 마르크스의 변증법 및 역사적 유물론을 넘어서는 과학적, 윤리학적인 뿌리와 사상체계가 형성되어 있고, 더 나아가 자유주의 경제학과 케인스 경제학, 그리고 마르크스의 경제학을 뛰어 넘는 독자적인 정치경제 사상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