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현맨)

아무튼 술

현맨 2019. 6. 5. 10:08

그 흔한 술에 대한 잘난척이 아니다. 술에 대한 저자의 솔직담백한 이야기이자 에피소드의 모음인데, 작가 정말 글 잘쓴다. 이렇게 위트있게 글을 잘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나만의 술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하나둘 떠오르게 하는 매력있는 에세이.

 

"삶은 선택의 총합이기도 하지만 하지 않은 선택의 총합이기도 하니까.....가지 않은 미래가 모여 만들어진 현재가 나는 마음에 드니까."

 

"모든 땅바닥은 땅의 바닥이 아니고 지구의 정수리" - 이문재 시인 '바닥'

 

"이 취향의 세계에서 지속적 만족을 얻는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지속적 만족이 불가능하다면 그 반작용으로 생길 지속적 결핍감에 대처할 수 있는가"

 

"때로는 한 세계의 축소가 다른 세계의 확장으로 이러지기도 하고, 축소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확장이 돌발적으로 벌어지기도 한다."

 

- 보드카 베이스 + 토마토 주스 + 타바스코소스 + 우스터 소스 + 소금, 후추 - 블러드 메리 (데킬라 베이스 - 블러드 마리아)

 

"세상이 그리 좋아지지 않았다는 증거이자 이유 그 자체인 사람들의 비아냥 섞인 시비........."

 

"불쾌하고 귀찮기만 했던 그런 시선과 반응들이 물리적 위해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떠올려보게 만들었고....."

 

"뾰족하게 깍아놓은 연필을 백지에 쓲쓱쓱쓱 계속 문지르다 보면 연필심이 점점 동글동글하고 뭉툭해지는 것처럼, 어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그 밖의 대외적 자아로서 바짝 벼려져 있던 사람들이 술을 한잔 두잔 세잔 마시면서 조금씩 동글동글하고 뭉툭해져가는 것을 보는 것이 좋다."

 

"누군가에게 술은 제2의 따옴표다. 평소에 따옴표 안에 차마 넣지 못한 말들을 넣을 수 있는 따옴표............뾰족한 연필심은 뚝부러져 나가거나 깨어지지만, 뭉툭한 연필심은 끄덕없듯이, 같이 뭉툭해졌을 때에서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말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