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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그때는 믿었다.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을 순백의 시간을 순백으로 살아낼 수 있을 거라고.
눈이 퍼붓는 날이면 그날이 떠오른다. 고요히 내리는 눈처럼 고요했던 내 인생의 첫 술자리. 다음의 40년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 걸까.
쓸쓸하고 불안하고 우울한 것, 그게 청춘이었구나, 그때는 정작 그걸 몰랐구나, 무릎을 치면서.
벚꽃은 만개할 때가 절정이 아니다. 질 때가 가장 아름답다. 햇볕 환하고 바람 없는 날, 혹은 비 내리고 바람 부는 날, 어느 쪽이든 지는 벚꽃은 처연하게 아름답다. 아니 처연해서 아름답다.
우리에게 술은 자신의 상처는 물론 치졸한 바닥까지 드러낼 수 있게 하고, 그로 인해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친밀하게 좁혀주는, 일종의 기적이다. 술 없이 이토록 솔직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나는 그만한 용기가 없어 술의 힘을 빌 뿐이다.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정지아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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