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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노트

1987

현맨 2018. 1. 9. 10:02

 

 

1. "1987". 원래 80년 5월, 87년 6월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잘 보지 않는다. 영화가 담는 시대의 모습엔 늘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그 한계가 계속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그로인해 뱃속 깊은 곳에서 부터 욕지기가 튀어나오기 일수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 시대의 운동이, 80년과 87년 운동의 자양분과 배설물을 동시에 흡입하고 소진했던 탓에 늘 그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컴플렉스 같은 것이 원인 일지도 모른다.

 

2. 연말 모임에서 내 주변에서 가장 시니컬한 인간들이, 그래도 이영화는 다르다고 했다. 영화적 완성도와 재미가 있다고. 그래서 심야에 가서 봤다. 아주 솔직히는 이 영화가 그리 잘 만든 영화인지는 잘 모르겠고(영화에 문외한이기에), 재미있는 상업영화인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수준이 좀 떨어져서 인지. 그리고 무한도전이나 예능물의 한꼭지만 봐도 눈물이 줄줄 흐르는 내가, 여전히 노래 한 구절을 들어도 눈물을 잘 흘리는 내가. 엔딩의 '그날이 오면'을 들으면서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물론 감정이 울컥해 이빨을 꽉 깨문적은 한 두번 있다. 그래도 내 주변의 '냉혈한'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3. "87년 세대, 소위 386의 완벽한 세레모니". 이 영화의 한줄평이 아닌가 싶다.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이 세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등장으로 소위 경제적 기득권과 함께 사회적으로도 완벽한 기득권을 얻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정점에서 역사와 시대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마침표이자, 승리의 환희와 자신감이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무언가 였다.

 

4. 이 환희의 세레모니 앞에 여성, 노동자, 민주주의를 얘기하는건 크게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건 지난 30년에게 욕을하고 저주를 퍼부어도 바뀌지 않을 있는 그대로의 우리 현실이자, 앞으로의 30년이 만들어가야 할 몫이다. 우리는 또 그곳에 집중할 것이다.

 

5. 강동원이 그리 잘생겼는가.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탄성소리. 극장 에티켓은 어디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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