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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의 나날 / 시바타 쇼
0. 아무런 사전 정보없이 제목에 끌려 본 책. 어쩌면 신형철 평론가의 말대로 세계 최고의 소설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인생 소설이 되기엔 충분해 보인다. 그건 나에게도.
1. 요즘 자주 죽음을 떠올린다. 삶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생각하는 나날이다. 본격적인 중년으로 접어든 나이탓인지.... 얼마전 떠나보낸 로디에 대한 마음 아픔이 가슴 속 깊이 박혀서인지. 일상을 살아가다가도 불현듯 나를 지탱해주는 사람들의 죽음과 그 상실로 인한 가슴시린 공허함이 밀려온다. 나는 잘 살고 있는가. 나에게 있어 '그래도 우리의 나날'에는 남들처럼 살기보다 의미있게 살고싶었고, 반짝이고 싶었고, 소유에서보다 존재로서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다. 주인공들에게 '육전협'의 배신은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있어 30대 중반의 고뇌, 그 '고아선언'과 맞닿아 있다. 모든 것을 잃은듯한 상실감.
2. 그 모든 것을 잘 극복하고 잘 살아가고 있다 생각했지만 요즘들어 공허함이 있다. 죽기 직전의 순간 떠올릴 것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깜짝놀랐다. 3인의 유서아닌 유서가 마음을 후벼판다.
3. 마지막장 전개가 마치 밤에서 새벽없이 아침이 되 듯, 조금 극적으로 바뀌는 듯 한 인상이지만,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살아가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지라도.
4.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아니 내게 사랑을 주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신경성 혹이라고 아니? 물리적으로 아무렇지 않아도 자신이 부딪혔다고 믿으면 거기에 혹이 생기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
"사람이 무언가를 이해하는 것은 그 이해가 이미 그의 생에 아무 의미가 없어졌을때에야 가능한 걸까"
" 나는 내 속에 결코 회한이 찾아오지 않을 것라는 것을, 내 속에서 자기혐오가, 죄의식이, 그리고 그것과의 싸움이 충실한 생활이 물결치듯 되살아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는 것을, 나의 공허함은 일시적이거나 상황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 동의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 추억은 가까운 추억이든 먼 추억이든 모두 우리에게서 떠나가고 죽어갈 것이다. 그리고 남겨진 우리는 서로 사랑하면서 늙어가다 마침내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행복할 것이다."
"또다시 소생한 봄. 앞으로 몇십 번이고 소생할 봄. 조금 지루하겠지만, 그것이 행복이란 것이다."
"당신은 내 청춘이었다는 것! 아무리 괴롭고 답답한 날들이었어도 당신은 내 청춘이었어."
"우리는 날마다 모든 것과 이별한다. 그럼으로서 우리의 시야는 더욱 자유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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