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관람노트

서툰 사람들

현맨 2012. 3. 12. 17:46



연출 : 장진
주연 : 정웅인 / 예지원

연극이란 장르는 아직도 어렵다. 뮤지컬이나 음악 콘서트 처럼 친근하지도 못하다. 더군다나 연극이라면 뭔가 진지하고 고전적 재미만 추구하는 작품들에게 사로잡힌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인가. 하여튼 돈내고는 처음 보는 연극이 아닌가 싶다. 미리 본 관객들의 호평과 더불어 연출이 장진 감독이라는 선전에 그대로 넘어갔다.

비좁은 객석과 엎어지면 코 닿을 위치에 놓여있는 무대. 숨소리마저 넘기기가 긴장되는 공간. 배우의 눈이 나만을 쳐다보는 것 같은 그 공간. '참 이것은 연극이지'라고 누군가 얘기해주는 듯 한 분위기. 공연은 쉴 새 없이 서툰 인간들의 서툰 궁상들을 보여주었다.

열려 있는 문을 따고 들어오기 위해 고생하는 서툰 도둑의 등장, 속칭 요즘말로 4차원이라고 불려 마땅한 중학교 선생님이자 서툰 집주인. 서툰 자살극을 펼치는 기러기 아빠와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윽박질에 눈물을 흘리는 서툰 차팔이 아저씨. 그리고 외로운 아버지까지.

연극은 시종일관 서툰 사람들의 서툰 행동으로 인한 서툰 상황을 묘사하고, 이 세상에서 정상이라 칭할 수 없는 캐릭터들만을 등장시키지만, 그 캐릭터들을 미워할 수는 없다. 그가 비록 도둑이라도 말이다. 장진 감독의 말대로 어떤 연출자의 대단한 철학을 기대하지말고, 연극이 끝나면 무언가 따듯함을 내안에 채우고 나올 수 있음을 느끼면 된다.

서툰 사람들의 서툰 이야기에 내 삶을 돌아본다. 첫눈이 오는 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주인공들의 따듯함.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