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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솔직히 오랜만에는 아니고, 꽃다지 공연에 다녀왔다. 2000년대 중반-말부터 콘서트는 꾸준히 다니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꽃다지가 그냥 가족이 되어버린 기분. 아니, 기분이 아니라 와이프가 꽃다지 멤버가 된 후로는 더 열심히 다닐 수 밖에 없는 조건이라고나 할까. 하여튼 상상마당에서 진행된 콘서트 "혼자울지 말고"를 보고 왔다.

 

0-1. 문득 우리 와이프가 처음 꽃다지에 들어갔을때, 한 2-3달 만인가 했던 여름 콘서트가 생각났다. 장소가 같은 상상마당이라서 그럴것이야. 당시 넓지 않은 그 공간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들어차 있었더랬다. 그래서 2시간을 넘는 시간 긴장감속에 서서 공연을 보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여느때와 같이 공연장 앞에서 담배피면서 후배들, 지인들을 만나고, 그렇게 지난 공연에서의 시행착오를 만회하려, 일찌감치 줄을 섰고, 역시나 일찌감치 좌석에 들어설 수 있었는데, 왠걸, 앞에서 부터 자리를 채워 앉히는 바람에 맨 앞자리에 앉게 되었다. 윽, 제대로 된 사운드를 만끽하기는 글렀구나.

 

 

 

1. 공연시작을 알리는 영상. 영상막에서 한 50센치미터 떨어진 자리에서 목이 빠져라 올려다 본 영상. 재능교육 투쟁과 이를 배경으로 부른 꽃다지의 "내가 왜?" 뮤직비디오. 뭐 영상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나중에 봐도 상관 없으니 그쯤이야. 드디어 가수들이 등장하고, 첫곡 "못생긴 얼굴"이 시작되고, 공연의 막이 올랐다.

 

2. 꽃다지의 공연은 앞서 말한 것처럼 매번 챙겨보지만, 지루하지 않는 이유는, 공연공연 마다 연주와 노래가 새롭게 조금은 다르게 편곡되기 때문일거다. 꽃다지 공연을 보게 되는 기대감이 생기는 것도 그 이유를 무시할 수 없다. 이번 공연도 마찬가지 "못생긴 얼굴", "민들레 처럼" 등의 고전곡들이 새로운 편곡속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그리고 정윤경 감독님의 노래들, "시대", "칼을 가시게"등이 꽃다지와 함께 함을 통해 더욱 멋지게 편곡되고, 불러졌다. 역시 난 "시대" 이 노래가 좋다. 지난 ebs공감에서도 그렇고 방송에 나오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 아쉬웠을 뿐이다.

 

3. 이 날은 20년 꽃다지 역사속에서 15년을 지켜왔던 성일이형의 마지막 꽃다지 공연이었다. "희망", "파이터", "길위에서" 등의 노래가 성일이형의 노래인데, 요즘 꽃다지를 들으면서, 조성일이라는 사람이 없었으면 꽃다지의 노래가 이만큼의 중량감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바로 이 "길위에서". 맨 앞자리에서 들어서 사운드의 아쉬움은 컸지만, 역시나 형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이고, 꽃다지 set-list의 무게감을 더해주는 곡이었다.

 

4. "혼자울지말고"에서 이어진 "칼을 가시게". 아마 최근 이들의 노래 중 가장 달리는 노래일거다. 그리고 뭔가 어쿠스틱한 느낌과 포크한 음악을 주로 연주하던 최근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곡들. 그러나 역시 나에게는 이런 노래들이 좋다. 먼저 비정규직과 청년유니온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혼자울지 말고"는 마구 세련된 느낌의 곡은 아니지만, 꽃다지의 화음이 왠지 어울리는 노래이고, 비정규직과 청년이라는 암울한 이야기들을 암울하지 않게, 힘을 주는 곡인것 같고, 이에 이어진 칼을 가시게는 여성 보컬들의 노래로 새롭게 편곡되어 졌는데, 이 느낌 또한 괜찮았다. 사실 개인적으로 꽃다지의 공연에서 처음 듣는 이 2곡이 가장 기대되었던 것이 사실인데 역시나 맨앞자리의 한계로 인해 가장 잘 안들리는 노래가 되고 말았다. (노래는 웅웅, 드럼소리가 맨앞으로 나오고, 기타소리 잘 안들리는 ㅠㅠ)

 

5. 여성보컬들의 노래로 다시 편곡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도 느낌이 좋았고, 이어진 미친 앵콜들. 그 중 "행복의 나라로"가 정윤경 감독의 기타 연주에만 맞춰 나올 때는 살짝 울컥하는 마음까지 들더이다. 역시 꽃다지는 이렇게 사람을 감동시키는 구나. 항상 느끼듯 오늘 오기 참 잘했다는 생각.

 

6. 꽃다지가 아직도 있느냐는 사람들 부터. 꽃다지 하면 여전히 "동지"나 "바위처럼", "민들레처럼" 등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향수로만 꽃다지를 기억하거나, 자기가 떠나온 역사속의 꽃다지로 오해하는 사람들. 그러나 꽃다지는 묵묵히 노동과 현장의 자리를 지키며 20년을 노래해 왔고, 항상 새로움을 시도하고 음악적으로도 충분히 성숙해 왔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머물러 있는 것, 여전히 진부한 것은 꽃다지를 오해하는 사람들이 떠나온 자기의 과거일뿐이다.

 

"이리로, 저리로 불안한 미래를 향해 떠나갔고, 손에 잡힐 것 같던 그 모든 꿈들도 떠나갔지,

허나 친구야, 서러워 말아라,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아직 많으니.

후회도 말아라 친구야, 다시 돌아간데도 우린 그 자리에서 만날 것을.

젊음은 흘러가고, 우리 점점 늙어간다 해도, 우리 가슴속 깊이 서려 있는 노래 잊지 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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