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인간에 대한 책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이 일을 말아먹는 재주가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한 책이다. 우리는 세상을 실제로 있지도 않은 패턴에 따라 이리저리 가르고, 제일 처음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기준으로 즉각적 판단을 내리고, 원래 갖고 있던 생각에 부합하는 정보만 선별적으로 취하고, 집단에서 튀지 않으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별 이유 없이 우리가 잘났다고 확신하니 편견이 꽃필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군중에 편승하려는 욕구 때문에 각종 유행과 열풍과 광풍에 까닥하면 휩쓸린다. 진짜 큰 바보짓을 저질러본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바친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톰 필립스 지음 중에서
열아홉, 그때는 믿었다.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을 순백의 시간을 순백으로 살아낼 수 있을 거라고. 눈이 퍼붓는 날이면 그날이 떠오른다. 고요히 내리는 눈처럼 고요했던 내 인생의 첫 술자리. 다음의 40년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 걸까. 쓸쓸하고 불안하고 우울한 것, 그게 청춘이었구나, 그때는 정작 그걸 몰랐구나, 무릎을 치면서. 벚꽃은 만개할 때가 절정이 아니다. 질 때가 가장 아름답다. 햇볕 환하고 바람 없는 날, 혹은 비 내리고 바람 부는 날, 어느 쪽이든 지는 벚꽃은 처연하게 아름답다. 아니 처연해서 아름답다. 우리에게 술은 자신의 상처는 물론 치졸한 바닥까지 드러낼 수 있게 하고, 그로 인해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친밀하게 좁혀주는, 일종의 기적이다. 술 없이 이토록 솔직할 수 있으면 얼마나 ..
내가 그 부조리한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항상 한 줄기 어두운 바람이 내 미래 저 밑바닥에서부터 불어오고 있었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나의 모든 고통을 씻어 주고 모든 희망을 비워준 듯, 온갖 징조들과 별들이 가득한 그 밤을 앞에 두고, 나는 처음으로 세계가 가진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이 열린 것이다. 나와 세계가 무척 닮아 마치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내게 남은 소원은 오직 하나, 내가 덜 외로워하도록 내가 사형 집행을 받는 그날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 와 증오에 가득 찬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중에서
아시아인이라는 이유 _ 정회옥 이 책은 서구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또한 우리 안에 자리 잡은 아시아인을 둘러싼 혐오의 역사와 사회적 배경, 그리고 신념 체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시아인이라는 이유’가 170여 년에 걸쳐 다양한 차별적 시선(‘더러운’, ‘두려운’, ‘모범적인’)으로 나타난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서구 중심주의와 오리엔탈리즘, 종교와 과학, 법과 매체 등이 “차이 때문에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하기 위해 차이를 만들어 낸” 인종주의를 어떻게 뒷받침해 왔는지를 알아본다.